하루키가 보여주는 소소한 일상의 재미... 독서 창고(글사랑)

채소의 기분, 바다표범의 키스채소의 기분, 바다표범의 키스 - 10점
무라카미 하루키 지음, 권남희 옮김, 오하시 아유미 그림/비채

하루키의 소설 1Q84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그의 글을 읽게 되었다. 잡지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은 에세이 였다.



내가 하루키의 소설에 매료 되었던 이유는 사물과 객체에 대한 감정이입 때문 이었는데, 이 에세이에서도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물에 대한 독창적 관찰과 이에 따른 감정 이입으로 새로운 관점을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 주었다.

예를 들어 읽다보니 재미있는 생각의 전환이 있었는데, ˝국경없는 의사회˝를 ˝의사없는 국경˝이라는 뭐 일단 보면 별 의미없는 내용 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단어의 배열을 바꿈으로써 ˝이게 뭐지?˝ 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.

그런데 그의 생각과 글들이 이렇게 깊은 관찰속에서 우리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뒷통수를 탁 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진 작가이다.

그래서 소소한 이야기들이 그의 세심한 관찰력과 엉뚱함 그리고 상상력이 더 해져서 미소를 머금게 하거나 혹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하기도 한다.

사실 이 책에서 하루키의 글들이 좋은 것은 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그를 보다 더 친밀하게 혹은 가깝게 느껴지게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.

그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. ˝사실, 소설을 쓰는 것보다 이런 에세이를 쓰는 것이 더 어렵고 난해하다˝ 이 말을 듣고 나니 소설도 물론 작가의 생각이나 의중이 들어가기는 하나 스토리 라인을 꾸미는 것이지만, 에세이는 본인을 소설 보다는 더 직접적으로 들어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? 싶다.

즉 이 책을 통해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에 적잔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 하기도 하고 말이다.

그가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부분은 정말 소소하다. 예를 들자면 외국의 어느 호텔에 갔는데 어항에 담긴 금붕어 한마리를 입실하자 마자 보내와서 그 금붕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라는 이야기에서 부터, ˝1년에 1~2번은 좋아 하지도 않는 초컬릿을 꼭 먹어야 하는데 그게 몸속에 있는 난쟁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이야기 등등˝ 말이다.

그런데 그 안에는 우리가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라고 생각하게 한다. 즉 저자처럼 우리가 그런 것을 글로 표현하거나 적어 놓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니 말이다.

여기서 하루키의 소설이나 이야기를 좋아할 수 밖에는 없는 이유가 나오는 것 같다. 즉 그런 소소함과 역발상들에 글로써 공감하게 하는 능력이 그에게는 있기 때문이다.

그래서 이 에세이는 빨리 읽기 보다는 천천히 그리고 칵테일을 마시듯 음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다.

그의 이 에세이를 읽어 가면서, 왜 채소의 기분을 이해하게 되며, 또 왜 바다 표범과는 키스하게 되는 상상을 하게 되는지, 그 기분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.

이 무더운 여름, 그의 책으로 조금이나마 더위를 씻어 내었다는 기분이 들었다. 그의 다음 소설이 기대되게 하는 에세이 였다.
http://attmo.egloos.com2012-08-06T00:40:580.31010

이글루스 가든 - 천 권의 책읽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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